슐츠의 자막공방/존 라베 (2009)

난징의 굿맨 "히틀러의 이름으로 중국인을 구하다"

슐츠105 2011. 9. 21. 11:07

 

 

 

 

중국인 30만 명 이상을 무참하게 살해한 이른바 '난징(南京)대학살'을 기록한 '존 라베 난징의 굿맨'(이룸 펴냄)이 번역돼 나왔다.

당시 상황을 일기로 남긴 독일인 존 라베(1882-1950)는 다소 특이한 인물이다. 독일 함부르크 출신의 사업가로 1908년부터 1938년까지 중국에 산 그는 난징대학살 당시 '난징 안전구(安全區) 국제위원회' 의장으로서 폭력과 강간의 위협에 노출된 중국인들을 보호했다.

나치당원이었던 그는 일본군의 폭격에 맞서 나치당기를 펼쳐들곤 했다. 그는 히틀러의 이름으로 중국인 25만 명의 목숨을 난징 안전구에서 지켜냈다. 유럽에서 파괴를 일삼던 나치의 깃발이 중국에서는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은 당시 존 라베를 '살아 있는 부처'라고 불렀다. 그의 도움을 받은 중국인들의 눈에는 그가 펼쳐든 나치 깃발이 부처의 상징인 '卍'(만)자로 보였을 것이다.

이 책은 존 라베의 일기책 '난징 폭격'에서 발췌한 것으로, 생전에 그를 만났을 뿐 아니라 중국 주재 독일 대사를 지낸 에르빈 비커르트가 엮은 것이다.

학살의 전조가 시작된 1937년 여름, 존 라베는 난징의 '찜통 더위'를 피해 가족과 함께 톈진(天津)의 북쪽 베이다이허(北戴河)의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떠났다.

그곳에서 난징 폭격 소식을 들은 그는 아내를 베이다이허에 남겨두고 평시였다면 40시간이면 충분했을 거리를 11일이나 걸려 난징에 도착했다.

1937년 9월 21일자 일기에서 그는 "회사 물건이나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위태롭게 할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다"면서 "그렇지만 나는 신용 있는 함부르크 상인으로서 항상 중시해온 도덕적 문제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일본군의 공습 상황에서도 난징을 떠나지 않은 이유를 밝혀 놓았다.

그가 '함부르크 상인으로서 항상 중시해온 도덕적 문제'란 그를 믿고 따르던 중국인 직원과 하인들을 사지에 남겨두고 혼자만 살겠다고 떠날 수 없다는 양심의 문제였다.

이렇게 해서 존 라베는 1937년 12월부터 이듬해까지 난징에서 벌어진 일본군의 만행을 두 눈으로 똑똑하게 목격했고, 난징에 주재하던 외국인들과 함께 안전구를 만들어 일본군을 피해온 중국인들을 보호한 과정을 일기에 상세히 기록해 놓았다.

그는 12월 16일자 일기에 "골목 하수구에서는 사흘 전부터 여러 구의 시체들이 썩고 있다"고 일본군의 잔학행위가 시작된 사실을 기록하면서 "수많은 부인과 아이들이 경악으로 눈을 둥그렇게 뜨고 아무 말 없이 정원의 잔디밭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이 사람들 모두의 희망은 '이방의 악마'인 내가 사악한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어지는 일기는 이미 알려진 대로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중국인을 학살한 일본군의 만행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12월 17일자 일기에는 그의 뒷집에서 한 여성이 일본군에게 강간을 당한 뒤 총검으로 목을 찔린 이야기에 이어 "어젯밤에 약 1천 명의 여성들이 강간당했다고 한다. 진링(金陵) 대학교에서만도 100명이 넘는 소녀들이 피해를 보았다. 들리노니 강간 이야기뿐이다. 남자나 형제들이 오면 총살당하고 만다. 보고 듣는 게 온통 일본군의 잔인하고 야수적인 짓거리뿐이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자 일기에는 일본군에게 피해를 봐 쿨로우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총검으로 얼굴을 여러 군데 찔린 채 유산된 태아와 함께 병원으로 실려온 여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인 바람에 몸의 절반 이상이 타버린 남자, 총검 자국이 네 곳이나 있었지만 신음 한 번 내지 않다가 이틀 만에 죽었다는 일곱 살짜리 사내아이 등 병원의 참혹한 광경이 그려진다.

존 라베는 난징의 자기 집에 독일 학교를 세우려고 민족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나치당)에 가입했는데 독일 관청이 교사를 파견해주고, 학교운영을 개시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당시 히틀러를 인도적이고 올바르게 생각하는 정치인으로 간주했다고 엮은이는 소개했다.

존 라베는 1938년 독일 비밀경찰 게슈타포로부터 난징대학살에 대한 침묵을 명령받았다고 하며, 그의 일기를 엮은 '존 라베, 난징의 선한 독일인'은 1997년 독어·중국어·일본어판, 1998년 영어판을 출간했으며,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독일에서 개정판을 잇따라 냈다.

'중국판 쉰들러리스트'라고 불릴만한 그의 이야기는 독일·중국·프랑스 3개국 합작 영화 '존 라베'로 제작돼 이달 2일 독일에서 개봉했고, 28일 중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 상영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장수미 옮김. 512쪽. 1만5천900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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